지난 11월,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배우 김도빈을 만났다.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도빈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의 연기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배우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 김도빈(이하 김도빈) |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김도빈 | 제가 매년 사진을 남기거든요. 제가 늙어가는 모습이라든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저도 간직하고 우리 팬분들한테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매년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촬영 콘셉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김도빈 | 오늘 콘셉트는 ‘멋있음’, ‘귀여움’, ‘따뜻함’, ‘차가움’. 많아요. 우선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보더라인’의 킬러 준, 그리고 뮤지컬 ‘아티스’의 에릭,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웨섹스 콘셉트도 있었습니다.
2026년이면 데뷔 20년 차세요. 배우님의 첫 작품에 대해 알려주세요.
김도빈 | 2006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극단 ‘인혁’에 들어가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링크아트센터가 된 사다리아트센터에서 ‘이상한 동양화’라는 연극으로 데뷔했어요. 그때 노숙자 역할을 했었는데, 그걸 위해 노숙도 했습니다. 열정이 참 많았던 때죠.
첫 공연은 어떠셨어요?
김도빈 | 지금이랑 비슷한데요. 대사도 별로 없었는데 극단원 친구들이랑 연습을 엄청 많이 하고 올라갔거든요. 그래서 긴장하거나 떨리지는 않았고, ‘빨리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공연도 잘 나왔었던 것 같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참 아련하네요.
그럼, 배우님의 ‘연기의 시작’은 언제부터였나요?
김도빈 | 그렇게 치면, 저는 7살 때예요. 저희 아버지가 봉산탈춤 이수자세요. 봉산탈춤에 대사는 없는 원숭이 역할이 있거든요. 그래서 잠실 석촌호수에 있는 놀이마당에서 빨간색 원숭이 옷을 입고 처음으로 무대에 섰죠. 원래 신발 장수 아저씨의 큰 보따리에서 탁 나오는 거거든요? 보자기 같은 걸로 씌워져 있다가 보따리 밖으로 탁 나왔는데, 눈으로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얼어서 쉬를 했어요. 그렇게 언 상태로 가만히 있으니까 다른 아저씨들이 저를 데리고 후다닥 나갔죠. 첫 무대에서 쉬를 해버릴 정도로 저는 무대가 편했던 거죠.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신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인가요?
김도빈 | 그렇죠. 안양예고 시험 보기 전에 예고 입시 레슨을 조금 받고, 고등학교 들어가서 연기 공부를 계속했어요. 학교에서는 발성, 발음이나 슬픔, 화남, 즐거움 같은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등을 배우는데 그중에서 제일 많이 하는 것은 공연을 올리는 거예요. 학기마다 공연을 하나씩하고, 방학마다 특강이 있어서 그때도 원하는 사람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을 올릴 수가 있어요.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했던 작품은 ‘동쪽을 갈망하는 족속들’이라는 한국 고전이었어요. 첫 뮤지컬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했어요. 노래 한 곡 있는 대령 역할이었습니다. 또, ‘봄날’이라는 한국 고전 작품에서는 첫째 형 역할을 했어요. 공연을 올리고 난 후에는 서로를 평가했어요. “어떤 공연이 좋았다.”, “너희 공연이 좋았다.” 같이 서로 경쟁 아닌 경쟁을 하던 것이 참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그때.
배우님의 연기 생활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서울예술단입니다.
서울예술단은 어떻게 입단하게 되셨나요?
김도빈 | 어쩌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던 극단 ‘인혁’에서 연극을 하다가 뮤지컬을 한번 해볼까 해서 노래 선생님을 소개받았어요. 그룹 레슨이어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보는 오디션을 따라다녔는데, 저는 해본 적이 없어서 원서도 그 친구들이 써줬어요. 어떤 오디션을 또 본다길래 따라 봤는데 그게 서울예술단 1년 계약직 연수 단원 오디션이었어요. 그게 덜컥 된 거죠. 제가 극단에서 소수 인원으로 연극만 하다가 그런 큰 단체에 들어가서 뮤지컬을 시작하니 너무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단체다 보니 군기 같은 게 있어서 분위기가 조금 엄했어요. 저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여기에 이런 게 필요할까? 공연 만드는 곳인데 그냥 더 즐거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제가 조금 분위기를 바꿔놨어요. 선배님이라고 안 부르고 “형.”, “누나.”라고 불렀어요. 처음에는 “형 누나 하지 마.”라고 욕먹었지만 끝까지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죠. 운이 좋게도 그때 영수나 풍래 같은 친구들이나 또 다른 형들이 있어서 함께 열심히 작품을 잘 만들었어요. 행복했어요.

서울예술단에 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자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도빈 | 예술단에 있을 때는 월급이 나와서 안정적이었어요. 안정적이지만 내가 언제 여길 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았어요. 다른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항상 그런 고민을 하다 예술단을 나오니까 ‘아, 예술단에 있었으면 그래도 정년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마음껏 할 수 있을 텐데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작품들을 할 수 있고, 계속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떠오르는 서울예술단 작품이 있나요?
김도빈 | ‘신과 함께’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저희는 ‘신과 함께’ 초연이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이거 큰일 났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너무 재밌게 봐주시니까 저희도 더 신나서 했었던 것 같아요.
서울예술단 퇴단 이후,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지난 2023년에는 골든티켓어워즈 연극 부문에서 상을 받으셨어요.
김도빈 | 사실 몇 년 전에도 거기 후보에 올라갔었어요. 그때 제가 받을 줄 알았는데 (웃음). 트로피를 주더라고요. 지금 집 현관에 들어가면 정면에 딱 보여요. 그거 하나 있는 게 참 자랑스러워요, 제가. 그리고 연극으로 받았다는 것이 또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도 좋아하시고요..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도빈 | 되게 축하 많이 받았어요. 진짜 금색의, 멋있는 트로피를 주더라고요. 공연 연습할 때 PD님을 통해 전달받아서, 그때 축하 많이 받았죠.
수상 기념으로 팬분들께 음료 나눔 이벤트를 하셨다면서요?
김도빈 |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았어요. 원래 그런 거 잘 못하거든요. 사실 저는 크게 쏘려고 했는데 그렇게 많이 안 나왔어요. (웃음)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김도빈 | 다른 친구들은 대본 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되게 꼼꼼하게 보더라고요. 저는 사실 대본만 읽고 했었어요. 물론 요즘에도 1번은 대본이고요. 음악은 계속 들어봐야 아는 거라 사실 제가 먼저 들어봤자 이게 좋은지 안 좋은지 잘 몰라요. 또, 어떤 친구들이랑 하는지도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맘 맞는 친구끼리 하면 시너지 효과가 확 더 사니까요.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것도 또 즐겁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대본 보고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 중에서 캐스팅 제안 받았을 때, 특히 기분 좋았던 작품이 있나요?
김도빈 | 좋은 연극 작품이 들어오면 참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뮤지컬도 너무 즐거운데 제 뿌리가 연극이니까요. 오래됐지만 ‘엠. 버터플라이’랑 ‘레드’라는 작품이 기억나요. 둘 다 토니어워즈에서 상 받은 작품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때 참 기분 좋았어요. 좋은 연극을 할 수 있음에 참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작품하실 때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시나요?
김도빈 | ‘나’에서 많이 시작하는 것 같아요. 최대한 나답게. 사실 캐릭터 구축이랄게 엄청난 뭐가 있는 게 아니라 대본에 다 있어요. 대본에 있는 대로 잘 말하고, 잘 움직이고, 잘 들으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나’에서 시작해서 대본의 상대방과 잘 말하고, 잘 듣고, 잘 반응하면 그 인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전 슈또풍 콘서트 때 ‘좋은 작품’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요?
김도빈 | 좋은 연기는 관객분들도 좋아하고, 함께 눈을 보고 연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 배우도 좋다고 얘기하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비난하는 건 아닌데, 관객분들이 좋아하는 연기만 하는 배우들도 있거든요. 알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고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그렇게 연기하면 관객분들은 좋아하지만, 같이 연기하는 상대방 배우는 외면하게 되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상대 배우랑만 교감하면 되레 관객분들이 외면당할 수 있어요. 그걸 잘 조절해서 같이 챙길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가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일 루틴이 궁금해요.
김도빈 | 7시쯤 일어나요. 7시에 일어나서 아기 기저귀를 갑니다. 기저귀를 갈고 아기랑 같이 놀다가 분유를 먹여요.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킵니다. 트림을 시키고 또 아기랑 놀아요. 그러다가 저도 밥 먹고, 매일은 못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운동하며 땀을 좀 빼고 또 애랑 놀다가 한 5시쯤 나가죠. 극장에 가자마자 분장을 받아요. 분장을 받고 친구들이랑 대화를 나눠요.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목이 많이 풀리거든요. 계속 떠들어요. 떠들고 무대 나가서 좀 움직이면서 혀도 풀고 목도 풀고 마이크 테스트하고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면 마이크를 떼고 옷을 갈아입고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면서 분장을 지워요. 그런데 ‘후크’ 공연할 때는 반짝이랑 이것저것 있어서 극장에서 좀 정리하고 갑니다. 집에 가면 아기는 거의 자고 있더라고요. 그게 참 아쉬워요. 놀다가 그러고 자죠. 뭐 없어요. 오늘 공연을 위해서 항상 하는 거나, 징크스 그런 게 없는 편이에요.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도빈 | 우선 운동은 꼭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한 시간 정도라도 땀을 좀 내는 게 저는 컨디션이 좋더라고요. 밥도 잘 먹어야죠. 대신 많이 먹지 않고요. 그런데 저는 밥을 많이 먹진 않지만, 과자 같은 군것질을 좀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 걸 안 먹어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아요. 잠은 항상 잘 자요. 잠이 안 온다거나 많이 잤으니까 그만 자야지 하다가도 할 게 없으면 또 자는 편이에요.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고. 좀 단순하게 사는 편이에요. 감기도 잘 안 걸려요. 동료들이 “형은 목 컨디션이 안 좋은 적은 없어요?” 자주 물어보거든요. 목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사실은 제게 그 기준이 좀 낮은 거죠. 그냥 괜찮겠지, 생각해요. 어차피 난 감기 안 걸리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전 안 아픈 것 같아요.
공연시선 | 체력은 타고나신 거네요?
김도빈 | 그렇죠. 그런데 이것도 태어날 때부터 계속 그런 건 아니고 ‘육체는 정신이 지배한다.’라는 말을 어릴 때 어디서 보고는 머릿속에 박고 산 이후로 그런 것 같아요. 잠은 예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장진 감독님이 하루에 4시간밖에 안 자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걸 보고 줄였어요. 4시간은 너무 짧으니까 5시간만 자봤거든요?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또 요즘 유튜브 같은 거 보면 그건 잘못됐다고 7시간~8시간은 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7시간, 8시간은 자는 것 같아요. 대신 일찍 자요.

배우님이 생각하는 내 외모의 매력포인트는?
김도빈 | 왼쪽 얼굴. 무조건 저는 고개를 틀려고 많이 노력하죠. 그냥 엉망은 아닌 외모. 그 정도?
팬분들은 배우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도빈 | 저는 정말 다른 인물을 연기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어요. 안 했던 연기를 하고 싶고 더 나쁜 걸 하고 싶고 더 슬픈 거 아니면 더 웃긴 걸 하고 싶어요. 어떤 걸 갖고 와도 자기화시켜서 만들어내는 건 나름대로 자신 있거든요. 그런 다양함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2015년에 하셨던 인터뷰에서 “나는 양파 같은 남자다”라고 하셨어요.
현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신다면?
김도빈 | 2015년이면 10년 전이잖아요. 참 치기 어렸네요. “나는 여전히 양파 같은 남자다.” (웃음)
배우님께 좋은 일이 생기셨는데, 그에 따른 생활이나 생각의 변화가 있을까요?
김도빈 | 아기가 생겨서 작품을 더 많이 해야겠다, 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원래 하려던 작품이 있었고, 했던 작품이 다시 와서 하게 된 거거든요. 물론 이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그런 생각은 하게 되더라고요. 안 해봤던 생각이니까요. 그런데 그거보다 그냥 이 아이를 보면 웃음이 나와요. 왜 웃는지 모르고 그냥 막 미칠 것 같아요.
그러한 변화가 배우님의 연기에 녹아들기도 하나요?
김도빈 |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러면 더 뭔가 절박해져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 건 없이 똑같고요. 그냥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2026년에 예정된 작품들,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김도빈 | 우선 했던 작품 두 개 정도 하고요. 새로운 작품도 몇 개 하고요. 새로운 회사랑도 하고요.
작품 이외에 희망하는 활동이 있다면요?
김도빈 | 20주년이니까 뭔가를 하긴 해야겠죠? 아직 생각은 안 했어요. 슬슬 생각해 봐야죠. 저는 단독 콘서트는 좀 부담스러워요. 그냥 우리 모여서 정모하면서 얘기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20주년이니까 노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배우님의 2026년 소망은 무엇인가요?
김도빈 | 아기가 지금은 앉지도 못해요. 뒤집기는 해요. 뒤집기 하고는 되집기 해야 하고 그다음은 앉아야 하고 그다음은 기어야 하고 막 단계별로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기가 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면 다치니까요. 너무 아기 얘기만 하나? (웃음) 아기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과 관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도빈 | 25년이 벌써 끝나갑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죠. 지금 모두가 많이 힘들잖아요. 사실 우리는 계속 힘들었지만, 항상 이겨내 왔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시고 내년을 잘 시작해서 조금 더 나아지는, 조금 더 행복해지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공연할 거니까 많이 사랑해 주시고 극장 많이 찾아와 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활발한 공연 활동을 비롯해 팬들과의 다양한 소통으로 친근한 매력까지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도빈은 내년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데뷔 20년 차의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2026년에도 계속될 배우 김도빈의 빛나는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