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야 마는 더 거대한 감정이 있다. 눈앞을 가리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잡아 이끌게 했던 관계, 사랑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부딪히고 나아갔던 존재들.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각자의 이유로 불완전한 예술가들의 뜨거운 시간들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그들이 겪은 성공과 실패, 사랑과 증오를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 위에 그려낸 조성윤·김재한·김수호 배우를 만나 그들이 마주한 감정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요즘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계시나요? 간단하게 근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우 조성윤 (이하 조성윤) | 특별한 이슈는 없고 차기작 연습하면서 간간이 사진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우 김재한 (이하 김재한) | 날씨가 좋아진 만큼 지금 하고 있는 <디아길레프> 공연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다음 작품 연습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 세차를 좀 자주 해요. 또, 최근에 이제 이사를 했는데, 새로운 집을 꾸미는 데에 흥미가 생겨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 김수호 (이하 김수호) | 저는 대부분 사람들과 비슷하게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날씨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크게 없고, 일어나면 밥 먹고, 운동 가고, 공연이 있는 날에는 운동 갔다가 바로 극장으로 가서 공연 준비를 하고 끝마치면 또 밥을 먹는 하루를 보내요. 공연이 없는 날에는 오디션 준비를 하거나 시간이 여유 있을 땐 영화를 보러 갑니다. 이번 어린이날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를 재미있게 보고 나왔어요.
#1 <디아길레프>, 단 하나의 발레
<디아길레프> 대본을 보았을 때, 어떠셨나요?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조성윤 |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그의 철학과 생을 다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분량에 두 번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한 인물을 오랫동안 이어서 하다 보면 자연히 몸에 스며들어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 작품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늘 안에서 변화하는 감정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김수호 | 우선 <디아길레프>는 제가 익히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 대본을 받고 반가운 기분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이 디아길레프-스트라빈스키-니진스키로 이어지는 세계관이 있거든요.
제가 <디아길레프>는 보지 못했지만 <니진스키>라는 작품을 봤던 상황에서 대본을 읽으니까 좀 더 공감이 되면서 앞으로 제가 연기해야 될 브누아라는 캐릭터에 더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대본을 자세히 읽기 전에는 이 작품이 단순히 뜨거웠던 청춘들의 열정적인 예술 사업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안에 다양한 서사들이 있고 재미있는 사건들도 많다 보니까 이 이야기들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실현 시키게 될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계관에 저도 합류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김재한 | <디아길레프>가 저의 데뷔 작품인데요, 지난 시즌에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느꼈던 작품의 분위기 자체는 되게 화사했던 것 같아요.
디아길레프라는 이름도 고급스러워 보였거든요. 그런데 예민하고 자기 음악에 대해 자신감이 엄청난 스트라빈스키라는 캐릭터로 작품을 준비하며 대본을 계속 읽다 보니, ‘각자의 특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모여서 ‘발레 뤼스’라는 발레단을 만들고, 키워 나간다는 성장 스토리가 잘 담겨 있는 것 같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과 다른 캐릭터로 참여하게 된 데에) 대본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기 보다 캐릭터에 확실한 차이가 있었어요. 브누아라는 캐릭터는 발레 뤼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파악하고 있고 일어나는 문제들을 수습을 하려는 사람이고 꿋꿋하게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들이 지난번에 맡았던 스트라빈스키와는 다른 모습들이었던 것 같아요.

각자 맡은 캐릭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성윤 | 발레 뤼스 단장 세르게이입니다. 예술에 대한 믿음과 자기 확신이 강하며 차갑고 열정적인 인물입니다.
김재한 | 발레 뤼스의 디자이너를 맡고 있고 뒷수습을 맡고 있는 캐릭터 브누아를 연기하고 있습니다.(웃음)
등장인물 중 가장 현실을 중요시하는 인물이고, 누구보다 발레 뤼스를 위해서 희생하는 인물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원들을 한 명 한 명 케어하는 발레 뤼스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김수호 | 제가 연기하고 있는 브누아는 우선 엄청난 그림 실력의 화가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천재성이 그림뿐만 아니라 공부 같은 면에서도 드러나고 있어서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디아길레프가 브누아에게 발레 뤼스를 함께 하자고 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됐고 늘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발레 뤼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정신적 지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레 뤼스의 기둥 같은 느낌이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나 고민한 지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조성윤 | 연기의 줄타기를 서툴게 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면 자칫 막연해질 수 있는 서사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해둔 원칙 안에서 몰입하려고 합니다. 다른 점은 특별히 없는 거 같고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익숙해지지 않아서 늘 새롭게? 임하고 있습니다.
김수호 | 처음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의지가 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많이 던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브누아는 되게 단단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한 정신과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서 ‘내가 어떻게 이들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인물로 비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방법들을 좀 많이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투에서 이성적인 면모들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브누아의 심지 곧고 확고한 생각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하는 속도, 방식, 그리고 자세 같은 것들을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시선 | 이전 작품들에서 연기한 제이슨, 레온은 가상 인물이고 이번에 맡은 브누아는 실존 인물인데요, 캐릭터 빌딩을 하는 데 있어서 차이점이 있었을까요?
김수호 | 제이슨을 연기했을 때는 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저의 나이와는 크게 차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레온이라는 역할은 막내의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집에서 막내거든요.(웃음) 그래서 그런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브누아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이다 보니까 그 인물이 가진 원래의 기질, 성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표현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람만의 장점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했어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지점이나 나만의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조성윤 배우님은 지팡이 오브제를 직접 발견해 사용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오브제에 대한 소개와 최근 무대에 활용한 부분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성윤 | 지팡이는 『인간을 넘어선 무용』을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이미지 구축한 부분입니다.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이미지는 꼬장꼬장한 예술가의 모습과 의지할 곳 없이 서 있는 모습 잘 그려지는 거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그때 당시 제작사에서 지팡이를 사 오셨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꼭 이거여야(지금 비싼 지팡이) 한다고 고집부렸던 게 죄송스럽네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김수호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큰 부분은 말투인 것 같아요.
브누아의 단단한 성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목소리 톤 그리고 속도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그리고 브누아의 첫인상이 단정하고 세련된, 깔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걸음걸이 같은 부분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극 중 인물의 선택이나 행동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와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말씀해 주세요.
조성윤 | 이제는 대부분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만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안무와 춤을 병행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김재한 | ‘봄의 제전’이라는 장면이 있어요. 그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 자체가 발레 뤼스에 있어서 엄청난 도전이었거든요.
성공보다는 실패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던 작품인데 디아길레프가 그 작품을 올리겠다고 했을 때 그 선택을 말렸다면 어땠을까, 꼭 지금이어야 하냐고 물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하지만 브누아는 디아길레프를 전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결국 디아길레프의 선택을 따르고, 디아길레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말리지 않고 뒤에서 서포트 해주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브누아였다면 끝까지 디아길레프를 말렸을 것 같습니다. 여론을 조금 더 살펴보고 상황을 판단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불확실한 도전을 하는 것,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가 아끼는 디아길레프의 의견에 반대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김수호 |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 때문에 본인의 사업에 변수가 생기게 됐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브누아는 무조건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이었고 실패에 대한 계산에도 빠른 인물이어서 실패 확률이 명확하게 높은 상태에서 그런 충동적인 결정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 디아길레프의 선택을 따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도전하는 건 좋지만 브누아는 항상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단계별로 밟아 나가는 걸 좋아하는 인물인데, 안정적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건 브누아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들이죠.
하지만 제가 실제 브누아였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반대하고, 디아길레프를 말리고, 부탁을 거절했겠지만 제가 정말 가장 아끼는 친구가 저에게 그런 부탁을 한다면 그의 결정이 싫어도 이 사람의 선택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밑거름이 되었을 것 같아요.

<디아길레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이유를 알려주세요.
김재한 | 아무래도 ‘썽떼’라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발레 뤼스의 ‘페트루슈카’라는 작품이 잘 되고 축배를 드는 장면인데요.
사실 발레 뤼스의 단장, 디아길레프는 발레 뤼스가 ‘봄의 제전’으로 기억되길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발레 뤼스가 있게 해준 작품이 ‘페트루슈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장면 자체가 기분 좋게 술을 마시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 발레 뤼스 단원들의 사이가 더 끈끈하게 다져지는
모먼트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페트루슈카’를 성공시키고 서로 축하하며 축배를 든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봄의 제전’이라는 무모하지만 도전적인 작품을 올릴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음 스텝을 위한 원동력 같은 느낌이 있는 장면이죠.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디아길레프가 ‘네가 가진 것’이라는 넘버를 부르는 장면을 정말 좋아했어요. 넘버도 너무 좋고 그림이 너무 예뻤거든요.
김수호 | 제가 나오는 장면이긴 한데, ‘길’이라는 넘버가 있어요.
작품에서 ‘봄의 제전’이 실패한 이후에 디아길레프가 좌절을 하고 있을 때 브누아가 다가가 디아길레프에게 손을 내밀면서 ‘이런 실패도 계산에 포함됐던 거야. 나는 다 알고 있었고 너는 앞으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고 그 뒤에는 항상 내가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담은 넘버가 있어요.
그래서 그 넘버가 공연 회차를 거듭할수록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부러웠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존재가 있다면 큰 힘이 되고, 정말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길’이란 넘버는 가장 감동적이기도 하고, 극중 디아길레프에게 많은 의지가 된 넘버라 저에게도 같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조성윤 | 글쎄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저에게 디아길레프는 너무 많은 수식들이 생각이 납니다. ‘디아길레프는 여정 끝에 비로소 찾은 빛의 안식이다.’
김수호 | ‘찬란해서 더욱 처절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극 초반에는 이들이 실패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있거든요.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인물 간의 관계가 하나씩 어긋나고, 결국에는 틀어지게 되면서 실패도 경험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극 초반의 완벽하고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서사들이 더 처절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뜨거운 인물들이 만나게 되면서 앞으로 찬란한 미래만 있을 것 같지만, 결국에는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무너져 가는 모습이 더 가슴 아픈 것 같아요.
김재한 | ‘그리움’인 것 같아요. 이 극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디아길레프가 단원들을 생각할 때 그리움에 사무쳐서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때 브누아가 했던 말이 맞았을까?’,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리움이 많이 보이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성윤 | 너무 많은 팬분들이 이미 사랑해 주셨고, 사랑해 주시기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들 알고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여러분과 이 여정을 공유하고 싶어요. 함께 머문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김재한 | 현실보단 가끔 낭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의 춤을 사랑했고, 그래서 실패가 예정된 도전을 하고 실제로 실패하기도 했지만, 디아길레프가 낭만을 선택했기에 아름다웠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김수호 | 극 제목도 ‘디아길레프’고, 이외에 다양한 예술가들이 나오는 작품이기에 ‘예술가들의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얽힌 다양한 감정들과 인물들의 관계를 본다면 단순히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분들도 발레 뤼스의 성장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서사나 감정들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디아길레프>, 가장 사랑하는

극 중 썽떼!를 외치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도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최근 나에게 일어난 기분 좋은 일은 무엇인가요?
김수호 | 얼마 전에 어버이날이었잖아요. 제가 요즘 바빠서 부모님 얼굴을 못 뵈었거든요. 그런데 어버이날을 맞아 당일 새벽 1시에 부모님께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고 불쑥 집에 찾아갔었어요.(웃음)
근데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엄청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어머니의 그런 반가운 표정을 보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기분 좋고 행복했던 기억인 것 같아요.
조성윤 | 최근에 기분 좋고 성취감을 느꼈던 것은 사진전을 열어서 기부했던 일입니다. 많은 사랑이 모여서 큰마음으로 기부했던 그 일이 저에게는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에요.
김재한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최근에 이사를 했거든요.
처음에는 사람이 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공간은 넓은데 어딘가 초라했어요. 그래서 정말 힘들었습니다.(웃음) 그런데 집을 꾸미다 보니 사람 사는 집 같아졌거든요. 이렇게 집을 꾸미고 공간이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걸 보면서 ‘이게 사는 맛이지’ 하면서 뿌듯한 감정이 들었어요. ‘여기는 어떻게 꾸며볼까’ 생각하면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공연시선 | 그럼, 집을 꾸밀 때 참고하거나, 추구하는 감도가 있으신가요?
김재한 | 요즘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있잖아요. 카페들 중에 꽉꽉 채워지진 않았어도 인테리어나 힙한 감성이 있는 카페들, 혹은 깔끔한 옷 가게나 미술관 같은 그런 느낌이 추구미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요?
조성윤 | 고민은 너무 많아서요. 매일매일 하는 잡념에서부터 진중한 것까지 다 얘기하려면 일주일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의 후반전을 달려야 하는 시점에서 진중하게 다가오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김재한 | 요즘에는 연기적인 고민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최근 첫 연극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계속 뮤지컬을 해왔기 때문에, 연극을 연습하며 뮤지컬에서 노래가 주는 힘이 정말 강하다고 체감했어요. 뮤지컬의 경우 물론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노래가 어느정도 보완을 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뮤지컬과 다르게 노래 없이 온전히 연기에 집중하려다 보니 어딘가 어색하고, 100분가량을 온전히 연기로 채워 나가야 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김수호 | 건강 관리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제 몸을 잘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요즘 일교차도 크고, 얼마 전에 좀 많이 아팠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번 건강을 잘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계속하려면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비타민도 더 잘 챙기고요.

극 중 니진스키는 피아노를 칠 때, 디아길레프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 해결되는 감정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배우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조성윤 | 스트레스 잘 안 받아요. 피해 다녀요.
김수호 | 저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혹은 러닝이나 헬스 같은 운동을 하는 것 같아요. 저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가본다든가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습니다.
김재한 | 원래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맞출 정도로 게임을 좀 자주 했었는데요. 요즘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차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 닦아내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디아길레프처럼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중심을 잡으시나요?
조성윤 | 현실과 이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편하죠. 중심 잡을 일이 없어요. 또한 이걸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어디론가 가고 있다면 따로 중심을 잡을 필요 없습니다. 안 넘어져요. 자이로스코프.
김재한 |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중간중간에 쉴 때 그런 시간들을 이용해서 취미 활동을 하거나 그냥 온전한 휴식을 취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어요.
김수호 | 저는 ‘지금 이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주문을 스스로 되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인생의 모토가 ‘후회 없이 살자’여서 언제나 저 스스로 후회 없는 선택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즐겁게 앞으로의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문장들을 계속해서 생각하며 중심을 잡는 것 같아요.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조성윤 | 어려운 질문입니다. 가끔씩 고민해 보고하는데… 성공, 방향, 태도, 시간, 진솔함. 너무 많은 가치들이 있지만 순간의 성공과 속도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여운 있게 남아있는 감정과 태도를 큰 가치로 두는 편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나약함이나 외롭고 추한 내면을 옳은 태도로 집요하게 바라보려고 할 때 비로소 깊어지고 가치 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한 | 겸손함인 것 같습니다.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함을 계속 유지한다면 안 될 것도 될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늘 겸손함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수호 | ‘행복’. 어떻게 보면 모두들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안에 다양한 것들이 있죠?
건강을 잘 유지하면 그것 또한 행복한 일인 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 마무리했을 때 그런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모두가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느끼기 때문에 저도 마찬가지로 행복을 위해서 살고, 그게 제 삶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아길레프를 살게 한 니진스키의 춤처럼 계속 나아가게 하는 기억, 혹은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성윤 | 캣츠 오디션장에서 멋지게 춤췄던 그 열정과 기억으로 오늘도 힘을 냅니다.
김재한 | 어릴 적 뮤지컬을 봤을 때 공연에 감동을 받은 관객들이 무대 위 배우들에게, 또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에 배우들도 객석에 서로 박수를 보내주는 그 모먼트가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에게 공연에 대한 감상을 박수로 표현해 주시는 거니까요. 저도 마찬가지로 무대를 마치고 커튼콜을 할 때 정말 힘을 많이 받아요. 힘든 작품을 하더라도 박수를 한 번 받으면 되게 뿌듯합니다. 그래서 커튼콜에서 ‘이래서 내가 이걸 하고 있구나’, ‘배우 하길 잘했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김수호 | 가족인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선물해 준 것도 가족이고, 누구보다 저를 뜨겁게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존재는 가족이기 때문에 저의 모든 원동력은 다 거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면서 열심히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3 <디아길레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을

나에게 뮤지컬 <디아길레프>란?
조성윤 | 잊지 못할 캐릭터입니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김재한 | ‘선택’인 것 같아요.
극 중에도 인물들마다 각자의 선택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브누아는 어떤 선택을 했나, 디아길레프는 왜 봄의 제전을 올리는 선택을 했을까, 니진스키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등의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저도 디아길레프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는데, 그것 또한 배우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했던 선택이 아닌가 싶어서 저에게 <디아길레프>는 ‘선택’인 것 같아요.
김수호 |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등장인물들이 슬퍼할 때도,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아파할 때도, 또 열렬히 사랑할 때, 실패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까지도 모두 예술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저에게 뮤지컬 <디아길레프>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예술’인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이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하는 <디아길레프>의 장면을 추천해 주세요.
김수호 | ‘네가 가진 것’에서, 니진스키의 결혼 소식에 분노하는 디아길레프의 뒤에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발레 뤼스 단원들을 한 번 봐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디아길레프가 메인 조명을 받고 있어서 다른 단원들을 보기에는 조금 어둡지만, 어둠 속에서도 브누아와 스트라빈스키가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에 집중해서 한 번 봐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사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정말 온갖 얘기를 다 하고 있는 브누아와 스트라빈스키를 보실 수 있습니다.(웃음)
김재한 | <디아길레프>라는 작품 자체가 몰입도가 정말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의 춤을 처음 보는 순간에 눈빛이 반짝반짝하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특히 몰입도가 높은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보고 있을 때면 ‘디아길레프의 반짝이던 눈빛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이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아길레프>를 보러 올, 그리고 극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께 한마디해 주세요.
조성윤 | 항상 위로 받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
김재한 |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두 시즌 다른 캐릭터로 참여할만큼 개인적으로 많이 애정하는 작품인데,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사랑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고,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는데요. 남은 시간 동안 발레 뤼스를 위해 열심히 달릴테니, 관객분들도 발레 뤼스에 많이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수호 | 가끔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 혹은 인생에 있어서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계신 분들은 이 작품을 꼭 보러 와주셨으면 합니다.
아마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극장을 나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지친 일상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 뤼스에 많은 발걸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성윤 배우는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