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해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 <해몽가> 정민 · 윤재호를 만나다

누군가는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그 꿈을 해석해 주는 일로 하루를 산다. 정조의 불면증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유견’이라는 가상의 해몽가를 더한 뮤지컬 <해몽가>는 궁궐과는 무관했던 한 평민이 세손의 곁에서 함께 아픔을 마주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올여름 본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유견’과 ‘이산’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정민, 윤재호를 만나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무대 안팎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마와 함께 여름이 시작되는 요즘, 드디어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하셨는데요. 개막을 맞이한 소감과 요즘 근황도 함께 들려주세요.

배우 정민 (이하 정민) | <해몽가> 공연과 <더 라스트맨> 공연도 함께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배우 윤재호 (이하 윤재호) | <해몽가> 공연 열심히 하고 있고, 장마 때문에 허리 관리 더 신경 쓰고 있어요. 몸 관리를 위주로 열심히 지내고 있고, 안전하게 공연 잘 올리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1 <해몽가> : 두 사람, 만나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본공연에 오르게 된 <해몽가>인데요.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민 | 트라이아웃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대본을 받아보니 초·중반에 여백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저는 배우들이 채워갈 부분이 많은 공연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정도면 마음 맞는 배우들끼리 재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후반부는 메시지와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제가 하기에 정말 베스트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거기에 캐스팅 명단을 보니 재호도 있어서 오랜만에 재밌겠다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윤재호 | 저는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정민 형님과 처음 연기를 함께했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던 터라 다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어요. 거기에 제목이 ‘해몽가’ 잖아요. 제가 평소에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꾸고 나면 검색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마침 제목부터 그런 부분과 맞닿아 있어서 흥미가 갔던 것 같아요.

각자 맡은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연기하면서 느낀 캐릭터의 매력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정민 | ‘해몽가’라는 말이 좀 생소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 치면 정신의학자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그런 역할도 해본 적이 있어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유견이라는 인물은 저잣거리에서 엽전 한 닢 받고 꿈 이야기를 풀어주던 자유로운 인물이라 상당히 매력적으로 끌렸고, 배우로서 제가 이러한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윤재호 | 이산은 왕위 계승을 앞두고 주변의 적들, 그리고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지만 그걸 극복하려 애쓰는 인물이에요. 연기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궁 안 사람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대비였어요. 사람들과 있을 때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다가, 유견을 만나면서 그 가면이 조금씩 얇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결국 자신의 마음을 진실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흐름 자체가 이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정조의 불면증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유견’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해 완성한 팩션 사극인데요.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만나 하나의 진실을 향해 가는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민 | 저도 사극을 몇 번 해봤지만, 대부분의 사극이 궁 안에 있는 사람끼리의 얘기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궁과 전혀 상관없는 평민이 세손과 함께 생활한다는 설정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둘만 나오는 2인극이기 때문에이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습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궁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궁하고 상관없는 사람이다.’라는 지점을 관객분들이 끝까지 놓치지 않게 해드려야겠다는 데에 계속 중점을 두었어요.

윤재호 | 저는 2인극이다 보니 관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견이 이산의 곁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 찾으려 노력했죠. 처음에 이산은 유견을 굉장히 낯선 존재로 느끼지만, 결국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서서히 마음을 열거든요. 결국 서로가 해몽이라는 요소로 마음을 헤아리다가 소중한 벗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재호 배우 질문] 이산과 사도, 두 역할을 함께 맡고 계시는데요. 한 무대에서 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재호 | 두 인물 모두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품고 산다고 생각했어요. 사도는 영조를 미워하고, 이산은 사도를 그리워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감정 안에서 나오는 표현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결국 ‘아버지의 사랑’이 제게는 가장 큰 포인트였습니다.

[정민 배우 질문] 유견이라는, 역사에는 없지만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공을 들이셨나요?

정민 | 해몽가인 유견 역시 이산과 똑같이 매일 악몽을 꾸는 인물이에요. 극 중에도 나오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정작 자기 악몽은 스스로 풀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 이산을 통해 ‘내 악몽도 결국 이산과 같은 아픔이었구나.’를 깨닫는 순간, 둘은 한마음이 돼요. 저는 저잣거리에서 살아온 유견의 흐트러진 모습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걸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했어요.
처음 궁에 들어갈 때 유견은 돈을 달라, 육의전에서 해몽할 권리를 달라고 하면서 나름의 야망을 갖고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이산의 아픔에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그 야망이 점점 사라지고, ‘이 사람을 치료하는 게 곧 나를 치료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바뀌어가요. 그래서 극 후반 이산이 궁에서 계속 함께 지내자고 제안했을 때 거절할 수 있었던 것도, 저잣거리 시절의 자기 모습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유견도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면서 살아온 인물이라, 한때는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산이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유견도 해몽가라는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게 돼요. 그래서 마지막에 저는 “아버지가 만나보지 못한 꿈들, 제가 다 만나보렵니다.”라고 대사를 하는데, 저는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극 전체를 달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정민 | 사실 생각보다 연습실 분위기가 활기차진 않았어요. (웃음) 사극이다 보니 의상과 분장이 정말 중요한 작품인데, 실제로 한복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저희가 살아나는 느낌이었거든요. 연습실에서는 진짜 소품 대신에 빨대 같은 걸로 대신해서 하다 보니 분위기가 잘 안 잡히더라고요.

윤재호 | 저는 있어요. 정민 형님과의 첫 워크 스루가 기억에 남는데,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연습하면서 그렇게 많이 운 건 처음이었어요. 집에 갈 때 머리가 띵할 정도로요. 저는 정민 형님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봐서 낯선데 너무 슬픈 거예요. 형님께서도 그때 우리 둘만의 감정이 공유됐나 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게 참 기분이 좋았거든요.

정민 | 저도 원래 형광등 밑에서 100%를 다 보여주는 게 좀 부끄러운 성격이에요. 내성적인 편인데, 그런 기질을깨고 싶어서 배우를 시작한 거긴 하지만요. (웃음) 그래서인지 공연은 첫 공연할 때를 제일 좋아해요. 첫 공연을 하면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거든요. 그날 연습실에서 재호랑 워크 스루할 때가 딱 첫 공연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워크 스루니까 이성적으로 절제하면서 해야 하는데 그날은 그런 생각 다 잊고 둘이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서 주변에서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할 정도였죠. (웃음)

#2 <해몽가> : 악몽, 마주하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유독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정민 | 저는 무게감을 눌러서 가야 하는 장면들이 유독 고민이 많았어요. 아버지를 꿈속에서 만나는 장면이라든가, 이산과 유견이 서로 헤어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의 기록이 담긴 그 일지를 열어본 뒤 현실로 돌아와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으로 만나는 장면들 같은 것들이요. 결국 저희 나름의 결론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것’이었어요.

윤재호 | 저는 유견과 저잣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요. 그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산이 오죽하면 궁 밖에서 의지할 사람을 찾았을까 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세손이 직접 발로 나와서 사람을 고용한 상황이다 보니, 그 부분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정민 | 저희가 첫 장면만 버전이 한 5~6개 정도 됐을 거예요.

윤재호 | 형들이랑 정말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드는 버전을 찾게 됐고, 그 뒤로는 극장에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그 버전으로 갔어요.

연습실에서 준비할 때와 실제 무대에 올린 후, 마음에 더 남거나 느낌이 달라진 장면이 있으신가요?

정민 |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그랬어요. 버전도 여러 개였는데, 이 장면에서 뭔가 임팩트를 주거나 재미있게 풀어야 한다는 압박이 꽤 심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힘을 빼고 나니 오히려 공연할 때 그 장면이 더 좋더라고요. 이산이 혼자 남겨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제가 “여기 계십시오.” 하고 직접 위험 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이에요. 그렇게 두려움과 마주하고 돌아왔을 때, 그동안 이산을 그렇게 괴롭혔던 게 고작 고양이 한 마리의 발소리였다는 걸 깨닫는 허무함이 담겨 있어요. 두려움도 똑바로 마주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오히려 현실을 똑바로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 그리고 위기는 결국 스스로 키워가는 거라는 메시지가 이 장면 안에 다 들어있는 셈이죠.
노래 가사나 대사도 힘을 빼고 담백하게 표현했더니 오히려 더 잘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대에 오른 뒤로 이 장면이 제일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윤재호 | 저는 마지막에 유견과 헤어지는 장면이요. 서로 해몽이 다 끝나고 헤어지는 순간인데, 연습실에서는 전혀 못 느꼈던 감정이었어요. 저희 무대가 1단, 2단, 3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단 위에서 유견이 떠나는 뒷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동안 함께했던 장면들이 갑자기 다 떠오르더라고요. ‘이산의 하루’에서 관객석을 헤집고 다니며 뛰었던 것도, 무대 위에서 둘이 ‘붓과 침’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요. 그게 3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순간에 하나하나 그려지면서 마음이 묵직하게 밀려오더라고요. 연습실 때는 정말 못 느꼈던 건데, 이게 무슨 힘인가 싶었죠.

두 분이 각각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를 꼽아주시고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정민 | ‘이산의 하루’요. 개구멍을 통해 함께 일탈하는 장면인데, 그때 제가 제일 윗단에 서서 아래에 있는 이산을 내려다보게 돼요. 세손은 늘 우러러보는 존재잖아요. 그런데 이 공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가 이산을 내려다보는 유일한 위치에 서게 되더라고요. 세손이라는 타이틀도, 서로의 가면도 다 벗고 밖에서 만났을 때는 오히려 제가 더 윗사람이고, 인생도 더 오래 살았고,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해온 만큼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공연하면서 유견이 이산을 바라볼 때 자꾸 이런 생각을 해요. 유견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인데, 만약 아들이 있었다면 딱 이산 나이쯤 됐을 거라고요. 그래서 이산이 아파하거나 힘들어할 때, 세손이지만 제 자식을 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세상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활을 쏘며 뛰노는 이산이 보여요. 세손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진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이 갑자기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깔깔대며 노는 모습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넘버를 부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벅차올라요. 그 장면이, 넘버를 부를 때 제일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윤재호 | 저는 마지막에 유견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부르는 넘버 ‘그리운 님,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이산이 처음으로 직접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인데, 그 말을 하는 이산을 지긋이 지켜보는 유견의 시선이 함께 담긴 넘버예요. 마음이 찡하면서도 희망이 담긴 곡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에서 갈등이 해소되고, 둘이 앞으로 어떻게 희망을 품고 살아갈지가 살짝 엿보이는 넘버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해몽가>를 통해 관객분들이 주목하셨으면 하는 포인트나, 눈여겨봐 주셨으면 하는 장면을 추천해 주세요.

정민 | 저는 개인적으로 오프닝에 이산이 혼자 부르는 ‘헤어날 수 없는 꿈’ 넘버요. 아무도 없이 무대에 혼자 서서 7분을 끌고 가는 곡이라 관객분들이 꼭 눈여겨봐 주셨으면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진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장면 안에는 정말 많은 게 담겨 있어요. 처음엔 아버지 사도로 잠깐 등장했다가 곧바로 이산으로 변신하고, 아버지의 아픔을 몸소 재연하다가 다시 이산으로 돌아와 아버지에 대한 갈망을 표현해요. 물 한 모금을 전해드리려는 몸짓,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뒤 기억을 잃는 장면까지 이어지는데, 정말 온갖 감정과 서사가 이 한 장면에 다 압축돼 있어서 연출님도 매번 “이 장면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예요. 저도 아직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저런 거였구나.’ 하고 다시 보게 돼요.

윤재호 | 저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터놓는 ‘붓과 침’이라는 넘버요. 앉아서 잔잔하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생기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을 눈여겨봐 주시면 극이 흘러갈수록 더 와닿는 것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정민 | 저희 작품이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별거 아닌 이야기예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게 나에겐 가장 큰 일일 수 있는데, 그 작은 걸 크게 봐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게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 아닐까요. 그런 사람은 늘 곁에 있는데, 우리가 마음을 열고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죠. 결국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것, 자기 그릇을 빨리 깨닫는 게 가장 빠른 성장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을 사랑하자.” 같아요.

윤재호 | 저는 늘 관객분들이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조금이라도 응원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해요. 이 작품에서 특히 나누고 싶은 메시지는, 지나간 일이든 다가올 일이든 너무 크게 연연해하지 말고, 유견의 말처럼 지금 여기 우뚝 서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 마음을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3 <해몽가> : 꿈, 깨어나다

유견은 이산에게 “몸이 튼튼하면 마음도 튼튼하다.” 라며 산행을 제안합니다. 두 분은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지칠 때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정민 | 저는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바이크를 5년 정도 탔거든요. 유일한 취미이자 일탈이었는데, 그걸 1년 넘게 못 타다 보니 최근에 몸에 이상이 오더라고요. 처음엔 원인도 모른 채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스트레스가 어딘가 쌓여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 오랜만에, 거의 10년 만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했어요. 평소엔 공연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따로 운동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날은 큰맘 먹고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컨디션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확실히 알았어요.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오늘 운동으로 그게 풀렸구나.’ 하고요. 몸이 바로 반응하는 걸 보면서,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하다는 극 중 대사를 이 작품을 하면서 몸소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풀어줘야 한다는 것도요.

윤재호 | 저는 산책을 좋아해요. 생각이 많아질 때는 오히려 건물이나 나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꾸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방향이 잡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산책하고 디카페인 아이스라떼 한 잔을 마시면 마무리가 되죠. 허리가 안 좋아지고 나서 몸과 마음이 정말 연결돼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요즘은 운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극 중 정조와 유견이 꾸는 다양한 꿈이 있습니다. 두 분이 꾼 꿈 중에 특별하거나 기억에 남는 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정민 | 저는 요즘 이런 꿈을 종종 꿔요. 예를 들면 <해몽가> 공연이 끝난 지 10년 정도 지난 어느 날인데, 저는 평소처럼 눈 뜨고 콧노래 부르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극장에 간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빨리 준비하세요, 5분 뒤 들어가셔야 해요”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저는 ‘어? 나, 해몽가 그만둔 지 10년 됐는데?’ 하면서도 얼떨결에 마이크를 부랴부랴 차고 있어요. 그때부터 식은땀이 막 나면서 온갖 스트레스가 몰려오죠. (웃음)
가사가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어떻게든 노래를 시작하고, 관객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 모든 게 슬로 모션처럼 펼쳐지죠. 완전 악몽이었어요. (웃음)
신기한 건 이런 꿈에는 항상 예전에 제가 했던 <김종욱 찾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제일 오래, 한 2년 정도 했던 공연이거든요. 띄엄띄엄이긴 했지만 그만큼 오래 몸에 익어서인지,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자꾸 그 작품이 꿈에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윤재호 | 저는 한 3~4일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돼지가 나오는 꿈을 꿨어요. 핑크색 돼지였는데, 말처럼 타고 다니면서 서로 소통했어요. 그러다 돼지가 이끄는 곳으로 갔더니 돼지 친구들이 있었는데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돼지들이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중 제일 귀여워 보이는 돼지를 쓰다듬다가 깼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평소엔 이 빠지는 꿈을 자주 꿨었는데 오랜만에 돼지꿈이라 바로 검색해 봤더니 정말 좋은 꿈이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혼자만 갖고 있어야지 하고 지금 처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정민 | 어, 그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웃음) 나도 좋은 꿈 꿨을 때 말 안 했거든. 그럼 500원 줄게, 그 꿈 내가 살게! (웃음)

정조와 유견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두 분이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현재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윤재호 | 저는 정민이 형과 함께했던 <홀연했던 사나이>의 승돌이요. 형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요. 승돌이는 현실에서 계속 치이며 사는 인물이에요. 그런 치열함 속에 살다가 홀연히 나타난 사나이의 영향을 받고, 주변에서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힘을 얻어 다시 현실을 살아갈 의지를 내는 캐릭터거든요. 그게 저한테 개인적으로 영향을 많이 줬어요. 사실 일상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많잖아요. 현실에 치이고 힘들 때도 잘 보면 제 곁에는 저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힘으로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승돌이가 자꾸 떠오르네요.

정민 | 저는 아무래도 배우 생활 초반에 했던 작품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특히 <김종욱 찾기>가 배우로서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작품이에요. 지금 제가 가진 자유로움이나 유연함도 그 작품을 하면서 많이 다져졌던 것 같고요. 그 작품이 1인 2역이잖아요, ‘김종욱을 찾아주는 남자’와 ‘김종욱’. 그런데 이 둘은 완전히 대비되는 색깔의 캐릭터거든요. 상반된 성향의 인물을 한 작품 안에서 동시에 잘 해내고 싶었던 그 과정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김종욱을 찾아주는 남자’ 역할을 하면서, 지금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재미있는 색깔 같은 것들도 그 안에서 다져졌던 것 같아요. 정말 가볍고 허당기 많은 남자지만 속은 깊은 캐릭터라, 거기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4 <해몽가> : 다시, 꿈꾸다

두 분에게 뮤지컬 <해몽가>란?

정민 | 저는 오랜만에 배우로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극장에 간다고 늘 마냥 즐거운 건 아니거든요. 공연할 때 받는 스트레스도 있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해몽가>는 극장 갈 때 스트레스 지수 하나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설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예전에 재호랑 함께한 <홀연했던 사나이>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물론 작품 색깔은 완전히 다르지만, <해몽가>도 그 안에 희로애락이 꽤 크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런 장면들을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게 연출되어 있어서, 저한테는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공연인 것 같습니다.

윤재호 | 저는 <해몽가>를 한 단어로 하면 ‘거울’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작품 같았거든요. 극 중에도 거울이라는 소품이 나오고, 연못 이름도 ‘거울못’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하면서 제 내면을 지긋이 들여다보는 순간들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지나간 추억들을 되짚어보게되는 시간들이요. 그래서 반성할 지점도 생기고, 괜히 기분 좋아지는 지점도 생기고요. 저한테는 이 작품 자체가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해몽가>와 함께할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민 | 그냥 한바탕 즐거운 꿈을 구경했다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품에 아픔들이 많이 나오고, 저희는 그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사실 그 아픔이라는 게 크게 느껴져도,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픔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하나의 추억이 되니까, 현재의 내 모습에서의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꿈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재호 | 저도 정민이 형과 거의 같은 마음이에요. 관객분들이 그냥 한바탕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떠나셨으면 좋겠어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충분히 만끽하시고, 그 기운으로 일상을 잘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