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뮤지컬 <팬레터>, 대만, 중국, 일본 공연에 이어 11월 런던 쇼케이스로 웨스트엔드 진출 시동 걸어

뮤지컬 <팬레터> 영국 쇼케이스 포스터 | 라이브㈜ 제공

글로벌 흥행 신화를 써온 창작 뮤지컬 <팬레터>(제작 라이브㈜)가 11월 4일 영국 런던 릴리안 베일리스 스튜디오(Lilian Baylis Studio)에서 열리는 ‘2024 K-뮤지컬로드쇼 in 런던’을 통해 영미권 진출의 첫발을 내딛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K-뮤지컬로드쇼’는 2016년부터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과 유통을 촉진해 온 사업이다. 40분 하이라이트로 공연되는 이번 쇼케이스는 영국 현지 스태프와 배우들로 프로덕션을 구성했으며, 한국 최초로 웨스트엔드 장기 공연을 올린 <마리 퀴리>가 ‘2022 K-뮤지컬로드쇼 in 런던’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영국 무대에 데뷔한 바 있다. 뮤지컬 <팬레터>는 이번 영어 버전 쇼케이스를 통해 영국 관객과 첫 만남을 갖고, 향후 영미권에서도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계획이다.

뮤지컬 <팬레터> 영국 쇼케이스 출연진, 왼쪽부터 정시융(정세훈 역), 다니엘 나도네(김해진 역), 크리스틴 김(히카루 역)

런던 쇼케이스의 연출을 맡은 샬롯 웨스튼라(Charlotte Westenra)는 2023년 연극 <어그리먼트(Agreement)>로 BWW 아일랜드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과 연출상을 수상한 베테랑 연출가이다. 대표작으로는 <더 위커 허즈번드(The Wicker Husband)>, <인디센트 프로포절(Indecent Proposal)>, <아워 걸스, 아워 게임(Our Girls, Our Game)> 등이 있다. 영어 번안은 마이클 콘리(Michael Conley)가 담당한다. 그는 뮤지컬 <소로우 오브 사탄(The Sorrows of Satan)>, <더 패뷸리스트 폭스 시스터(The Fabulist Fox Sister)>, 연극 <더 캔슬레이션 오브 크리스핀 콕스(The Cancellation of Crispin Cox)>, <바우보 앤드 더 퀸 오브 더 씨(Baubo and the Queen of the Sea)> 등을 작업한 바 있다. 음악감독을 맡은 올리비아 자카리아(Olivia Zacharia)는 <알라딘>(브라이튼 센터), <라푼젤(Rapunzel)> 영국 투어,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바르셀로나 공연에 참여한 바 있다.

출연진은 한국의 시대상이 담긴 작품 정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런던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계 배우들로 팀을 꾸렸다. 특히 지난 6월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흥행에 성공한 일본 만화 원작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Your Lie In April)>에 출연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은다. 정세훈 역은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주인공 코세이 역으로 활약한 정시융(Zheng Xi Yong)이, 김해진 역은 다케시 커버와 와타리 커버를 맡았던 다니엘 나도네(Daniel Nardone)가 캐스팅됐다. 김수남 역 또한 <4월은 너의 거짓말>에 다케시 역으로 출연한 어니스트 스트라우드(Ernest Stroud)가 연기한다. 히카루 역과 이태준 역은 각각 런던에서 활동 중인 한국 배우 크리스틴 김(Christine Kim)과 아서 리(Arthur Lee)가 맡는다.

뮤지컬 <팬레터> 일본 공연 포스터 © 2024 Toho Co., Ltd. Theatrical Department.

한편, 지난 10월 폐막한 뮤지컬 <팬레터>의 일본 라이선스 초연은 현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일본 초연이 공연된 시어터 크리에(Theatre Creation)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약 600석 규모의 극장으로, 뮤지컬 및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상연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손꼽힌다. 일본 초연은 9월 9일부터 30일까지 시어터 크리에에서 공연한 후 10월 4일부터 6일까지 효고현립예술문화센터 중극장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뮤지컬 <팬레터> 일본 공연 사진 © 2024 Toho Co., Ltd. Theatrical Department.

뮤지컬 <팬레터> 일본 공연은 한국 오리지널 공연의 네 번째 시즌 대본과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연출과 무대 미술을 도입한 스몰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됐다. 특히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栗⼭⺠也)가 연출을 맡아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기노쿠니야 연극상,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연출가상을 수상하고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쿠리야마는 뮤지컬 <쓰릴 미>, <데스노트>,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을 통해 한일 교류에도 앞장선 바 있다. 쿠리야마 연출은 춤을 최소화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한 무대를 보여주었으며, 특히 ‘히카루’라는 캐릭터의 이름에 담긴 ‘빛나다’라는 의미를 조명 연출에 반영하여 등장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뮤지컬 <팬레터> 일본 공연 사진 © 2024 Toho Co., Ltd. Theatrical Department.

또한 <팬레터>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우리 문학을 지키고자 애쓴 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만큼, 일본 프로덕션에서도 창작진과 출연진에게 역사적 배경 지식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였다.

뮤지컬 <팬레터> 일본 공연 사진 © 2024 Toho Co., Ltd. Theatrical Department.

주연 배우로는 ‘정세훈’ 역에 카이호 나오토(海宝直人), ‘김해진’ 역에 우라이 켄지(浦井健治), ‘히카루’ 역에 키노시타 하루카(木下晴香)가 각각 캐스팅되며 현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카이호 나오토는 <레미제라블> <알라딘> <미스 사이공> 등 일본 내 여러 대형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로, 제46회 키쿠타 가즈오 연극상 수상자로도 알려져 있다. 우라이 켄지는 <엘리자벳> <데스노트> 등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제22회 요미우리 연극 대상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키노시타 하루카는 <모차르트!> <팬텀> 등에서 활약한 실력파 배우로, 특히 2019년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의 재스민 역 더빙으로 주목받았다.

일본 언론에서도 <팬레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에이스테이지(Astage)’는 “서스펜스와 문학적 열정이 넘치는 스토리가 관객을 숨죽이게 만들며, 시적인 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더해져 무대에 몰입하게 한다”고 평했으며, 공연 정보 사이트 ‘피아(Pia)’는 “억압의 시대에 문학을 지키려는 문인들의 강한 열망이 눈부시게 표현되었다”고 전했다. ‘SPICE’ 역시 “침을 삼키며 지켜볼 정도로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전개가 돋보인다”고 호평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또한 “7명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문학과 사상, 사랑이 눈부시게 펼쳐진 무대”,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작품”, “눈물을 흘릴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벅찬 소감을 남겼다.

일본 공연에서 세훈을 연기한 카이호 나오토는 “매일 많은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셔서 이 공연이 관객의 마음에 가닿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저 또한 세훈을 연기하며 이 작품의 이야기와 음악의 아름다움, 강력함, 등장인물 각자의 사랑의 형태, 그리고 작품의 근저에 흐르는 작가들의 정신에 가슴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일본 프로덕션을 믿고 이 작품을 맡겨 주셔서, 그리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공연 제작사 토호 측 또한 “고독과 사랑, 삶에 대한 갈망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풀어낸 <팬레터>에 저희 제작사는 물론 많은 일본 관객이 매료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팬레터>가 세계 각국에서 더욱더 사랑받는 작품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 김유정과 이상, 그리고 순수문학단체 구인회의 일화를 모티프로 삼은 뮤지컬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를 주축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에서 한국 팀 투어 공연을 진행했으며,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며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24년 일본 초연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런던 쇼케이스로 영미권 진출에 시동을 건 <팬레터>가 아시아를 넘어 뮤지컬의 본고장 영미권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