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낭만적인 개소리> 재연 개막… 75미터 굴뚝 위에 마주하는 신념과 생존의 질문

연극 <낭만적인 개소리> 포스터 | 극단 수 제공

연극 <낭만적인 개소리>가 오는 7월 16일부터 26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재연 무대를 올린다.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사업 선정작으로 초연된 <낭만적인 개소리>는 객석점유율 93%, 놀티켓 관람평 9.7점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노동 현실을 소재로 하지만 일방적인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선택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낭만적인 개소리>는 75미터 높이의 굴뚝 위에 남겨진 노동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노동과 자본, 정치와 연대,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또한, 고공농성과 노동자 죽음, 노사 갈등을 소재로 하지만 특정 사건을 재현하거나 현실을 고발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책임, 상처와 희망을 들여다본다. 

파산 위기에 놓인 자동차 회사의 노동자 ‘고진옹’은 372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동료의 죽음, 복직 파기, 정치권과 기업의 이해관계 속에서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한때 연대와 투쟁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어느 순간 회사의 인사팀장이 되어 동료들을 설득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고, 현실과 신념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작품은 투쟁 이후, 반복되는 갈등과 희생 속에서도 살아 남아야 하는 ‘고진옹’의 삶을 따라가며, 정의와 연대, 평등과 투쟁이라는 거대한 가치가 어떻게 흔들리고 변모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성찰하게 한다.

구태환 연출은 “이 작품은 특정한 사건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서로를 붙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재연에서는 인물들의 삶과 관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낭만적인 개소리>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형식을 통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무대 한가운데 거대한 굴뚝을 배치하여, 단순한 농성장이 아닌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노동자의 내면이자 인간의 신념과 절망, 희망과 체념이 충돌하는 상징적 공간을 제시한다. 또한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로보트 태권V’의 주제가는 현실과 환상을 잇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정의와 희망, 영웅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 노래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교차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372일간 굴뚝 위를 지키며 투쟁의 상징이 되었지만, 동료들의 죽음과 가족의 생계 앞에서 흔들리는 ‘고진옹’ 역에는 초연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성노진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초상을 깊이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국회의원 ‘안상태’ 역에는 강민호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초연 당시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겨진 냉혹함과 욕망, 그리고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신념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작품의 긴장감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활약하며 관객의 큰 호평을 받았다.

고진옹의 곁을 지키며 희망을 놓지 않는 ‘허수인’ 역에는 이수형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초연 당시, 투박하지만 따뜻한 인간미와 단단한 신념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초연의 무대를 함께 이끌어간 실력파 배우 송이주, 배현아, 김민재, 조성국, 조수인, 조창희, 이한별이 다시 한번 무대를 가득 채우고, 오택조가 새롭게 합류한다. 초연 배우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이번 재연은 더욱 깊어진 호흡과 밀도 높은 앙상블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낭만적인 개소리>는 현실과 신념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의와 희망을 노래하던 ‘태권V’의 주제가가 어느새 진혼가처럼 들리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끝내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인간의 존엄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