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셔널씨어터 공연 IP 개발 프로젝트 2026 랩퍼토리(LABpertory) 리딩 공연 성료

‘OUTLANDERS’, <독백의 수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가고 있어> 리딩 공연 사진 |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이모셔널씨어터의 공연 IP 개발 프로젝트 ‘랩퍼토리(LABpertory)’ 세 번째 시즌 리딩 공연이 지난 2월 2일과 3일, et theatre 1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랩퍼토리는 작품의 창작 및 개발 단계부터 리딩 공연, 이후 본 공연까지 연결하는 이모셔널씨어터의 자체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는 프로젝트다. 2024년 첫 시즌에서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와 <르 마스크>를, 2025년 두 번째 시즌에서 <캐빈>이 본격적인 작품 개발을 거쳐 본 공연으로 무대화 되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이번 2026년 세 번째 시즌에서는 총 6편의 신규 창작 뮤지컬 IP가 관객 앞에 처음 공개됐다.

특히 이번 랩퍼토리는 기존과 달리 관객이 있는 리딩 공연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관객들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작품의 초반 개발 단계에 함께 참여하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공연 이후 진행된 관객 피드백은 각 작품의 향후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실질적인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2월 2일(월)에는 총 세 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르 마스크>, <캐빈>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여온 이모셔널씨어터의 박한근 연출을 주축으로 한 김승철 작사, 김준호 작곡으로 쓰여진 작품 ‘OUTLANDERS(아웃랜더스)’가 랩퍼토리 리딩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OUTLANDERS’는 ‘이방인을 추방하라’는 검열의 구호가 울려 퍼지던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검열에 억눌린 신참 극작가와 공공의 적이자 이방인으로 낙인찍힌 이주민 노동자가 마주하는 생존과 양심, 불신과 연대의 갈등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리딩 공연에서는 배우 홍성원, 홍나현, 장두환이 각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이어 김성수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한 두 편의 작품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독백의 수치>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세 갈래의 시간을 따라가며 흩어진 기억과 진실을 추적하는 구조의 작품으로, 김성수 감독이 연출과 극작, 작사를 맡아 긴장감 있는 서사를 구축했다. 작곡에는 김정하, 박민주, 서동민이 참여했으며, 배우 윤은오, 김서연, 윤태호, 이든은 각기 다른 시간선에 놓인 인물들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표현해내며 긴 여운을 남겼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김보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우주여행이라는 설정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속도로 같은 약속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연출, 각색, 작곡, 작사를 맡은 김성수 감독의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배우 황순종, 박새힘은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작품의 구조적 재미를 살렸다.

2월 3일(화)에는 또 다른 세 편의 작품이 공개되며 랩퍼토리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김하진 작가를 중심으로 한 <리메이크>와 <평화와 풍요의 시대>는 서로 다른 결의 서사를 통해 선택과 회복을 조명했다.

<리메이크>는 자신을 가수로 만들어준 존재를 잃고 세상과 단절한 인물 ‘수잔’이 ‘부요’를 만나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김하진 작가가 연출로 참여했으며, 작사에는 문서희, 작곡은 정혜영이 참여했다. 배우 한보라, 박슬기, 장민수는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감정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이어 공개된 <평화와 풍요의 시대>는 특종만을 좇던 기자가 폐허가 된 도시 속 비밀 도서관을 세운 소년들을 만나며 진실한 기사를 쓰기로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하진 작가는 극작과 연출을 함께 맡고, 배영은 작곡가가 작곡에 참여해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냈으며, 배우 정욱진, 최재웅, 박두호, 홍은기는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서사의 무게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작품은 안무가 이현정이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하고, 성종완 작가, 하태성 작곡가가 함께한 ‘HOSPES(호스페스)’다.
‘HOSPES’는 포위망을 피해 버려진 병원에 숨어든 소규모 분대가 되살아난 불멸의 괴물들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강렬한 장르적 색채가 돋보였다. 리딩 공연에서는 배우 신은총, 박좌헌, 김태형, 임태현, 이준행이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더불어 안무 시연을 선보이며 작품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랩퍼토리에서 공개된 여섯 작품은 시대, 장르, 서사 방식 모두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이 처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랩퍼토리가 지금의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대한 창작진의 고민이 집약된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또한 랩퍼토리는 연출, 극작, 작곡, 안무 등 창작진 중심의 개발 구조를 지향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박한근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김하진 작가, 이현정 안무가 등 각 분야에서 독창적인 색깔을 가진 창작진이 작품 개발의 중심에 서있어, 창작진에게 충분한 실험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전 시즌을 통해 개발된 작품들이 본 공연으로 이어지며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번 시즌 역시 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 피드백과 내부 개발 과정을 거쳐, 본 공연 제작을 목표로 구체적인 발전 단계를 밟게 된다. 이모셔널씨어터는 랩퍼토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창작 뮤지컬 IP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아감으로써 앞으로도 한국 창작 뮤지컬이 나아갈 새로운 개발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