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행진한다”… 우직한 창작진들의 묵직한 한방, 뮤지컬 <에밀> 리뷰

뮤지컬 ‘에밀’ 나는 고발한다 의 한 장면, 에밀 역 ‘박영수’ – 프로스랩 제공

뮤지컬 <에밀>은 202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의 발견>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인 후 올해 초연을 올렸다. 쇼케이스 창작진이었던 작가 ‘김소라’, 작곡 ‘황예슬’, 연출 ‘이대웅’, 에밀 역 ‘박영수’, 클로드 역(쇼케이스 때는 남자로 표기) ‘구준모’에 편곡/음악감독 ‘조윤화’, 안무 ‘홍유선’, 에밀 역 ‘박유덕’, ‘정동화’, 클로드 역 ‘인성’, ‘정지우’가 추가로 합류했다.

‘에밀 졸라’는 프랑스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받은 존경받는 작가였으나, 유대계 육군 장교 ‘드레퓌스’가 간첩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나는 고발한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그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군부와 가톨릭 세력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드레퓌스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에밀 졸라 죽이기’에 혈안이 되지만, 그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드레퓌스’의 재심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 졸라’는 어릴 때부터 막역한 친구였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진 ‘폴 세잔’의 그림을 전해주러 온 소년 ‘클로드’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중 ‘에밀 졸라’의 암살 예고 정보가 전해지고, ‘클로드’는 어딘가 수상쩍은 태도를 보인다.

뮤지컬 ‘에밀’ 1902년 9월 29일 의 한 장면, 에밀 역 ‘박영수’ – 프로스랩 제공

이 작품은 의문의 가스 중독사로 죽음을 맞이한 ‘에밀 졸라’가 죽기 전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풀어나간다. 실제 역사를 극화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에밀 졸라’라는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진실은 행진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음악의 측면에서도 ‘에밀 졸라’의 확고한 신념을 표현한 중후한 넘버들과 ‘클로드’의 꾸밈없이 맑은 분위기의 넘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 작품의 메인 넘버라 할 수 있는 “나는 고발한다”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기본 테마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은 다채로운 넘버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뮤지컬 ‘에밀’ 무대사진 – 프로스랩 제공

더불어 ‘에밀 졸라’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무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대 왼편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커다란 벽난로와 오른편의 창문, 객석과 마주 보고 있는 아이디어 보드, 책과 액자로 가득 장식된 벽면까지. 다양한 소품들로 공들여 꽉 채워둔 무대는 관객들을 1902년 ‘에밀 졸라’의 집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기에 충분하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씨를 표현하기 위해 바람을 통해 커튼의 살랑거리는 움직임을 표현한다든가 진짜 촛불을 켜듯 성냥을 사용하는 등의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다. 따뜻한 오렌지빛이 전체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생빅투아르의 라벤더를 나타내는 보랏빛이나 ‘빠담빠담’ 넘버에서 사용되는 몽환적인 색조명들도 눈을 사로잡는다. 각 인물이 켜고 끄는 전등과 촛불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도 이 극을 감상하는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뮤지컬 ‘에밀’ 무대사진(마지막씬) – 프로스랩 제공

뮤지컬 <에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이야기를 전한다.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드러나는, 1902년의 이야기로써 현재에도 시의성 있는 우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창작 초연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 전석 6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