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예술 그 자체가 된 김향안의 삶, 뮤지컬 <라흐 헤스트> 리뷰

    김향안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변동림이라는 이름의 사람은 알고 있는가? 어느 한 이름은 들어봤을 수도 있고, 혹은 어느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환기와 이상은 들어본 적 있는가? 이번에는 이름을 듣자마자 안다, 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김향안과 변동림은 각각 김환기, 이상과 결혼한 이의 이름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김향안과 변동림은 동일 인물이다. 변동림, 그리고 김향안이라는 이름으로 산 여성의 삶을 조명한 뮤지컬 <라흐 헤스트>가 지난 3월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작가와 작곡가가 김향안에 관한 극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시작된 <라흐 헤스트>는 2019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된 후, 2022년 제작사 홍컴퍼니의 프로듀싱을 통해…

  • 기묘한 한 남자의 일생을 연주하다, 친절한 음악극 ‘노베첸토’ 리뷰

    33년 동안 배에서 내리지 않은 남자가 있다. 상상이 되는가? 미국으로 이민자를 실어 나르는 ‘버지니아 호’에서 발견되어 선원들 사이에서 자란 남자는 어떠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살았다. 그의 이름은 ‘노베첸토’다. 음악극 ‘노베첸토’는 이탈리아 거장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이 동일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달리, 음악극 ‘노베첸토’는 단 한 명의 배우가 열한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또한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에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해진 것처럼, 이 극은 재즈 트리오가 추가되어 더욱 흡인력 있는 음악극으로 재탄생되었다. 1900년 1월 1일에 발견되어 ‘1900(노베첸토)’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은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극은 그의 기구한 삶과 달리, 관객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다가온다. 첫 번째…

  • “진실은 행진한다”… 우직한 창작진들의 묵직한 한방, 뮤지컬 <에밀> 리뷰

    뮤지컬 <에밀>은 202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의 발견>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인 후 올해 초연을 올렸다. 쇼케이스 창작진이었던 작가 ‘김소라’, 작곡 ‘황예슬’, 연출 ‘이대웅’, 에밀 역 ‘박영수’, 클로드 역(쇼케이스 때는 남자로 표기) ‘구준모’에 편곡/음악감독 ‘조윤화’, 안무 ‘홍유선’, 에밀 역 ‘박유덕’, ‘정동화’, 클로드 역 ‘인성’, ‘정지우’가 추가로 합류했다. ‘에밀 졸라’는 프랑스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받은 존경받는 작가였으나, 유대계 육군 장교 ‘드레퓌스’가 간첩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나는 고발한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그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군부와 가톨릭 세력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드레퓌스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에밀 졸라 죽이기’에 혈안이 되지만, 그는 그럼에도…

  • 음악으로 하나되는 공간, 뮤지컬 <낭만별곡> 리뷰

    뮤지컬 <낭만별곡>은 세종 즉위 전, 청년 ‘이도’의 기록은 많지 않은 가운데 악기 연주를 즐겼다는 태종실록의 기록을 모티브로 세종과 함께 조선 음악의 기틀을 세운 ‘박연’이라는 실존 인물과 ‘예성’과 ‘동래’라는 허구적 인물로 상상력을 더한 팩션 사극이다.  조선시대 음악기관 장악원의 전신, 이원(梨園)에 성별, 출신, 신분, 나이에 상관없이 오직 음악 안에서 음악으로 ‘낭만(浪漫)’을 이야기하며 저마다의 사연을 가야금, 대금, 해금, 피리를 통해 ‘별곡(別曲)’으로 완성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작품 속 인물들은 ‘불협’에서 ‘화합’이 되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세상을 떠돌며 음악을 연주했던 ‘동래’,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겠다며 들어온 ‘예성’, 궁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었던 ‘이도’까지. 세 명의 악생은 이원에 모여 ‘우리만의 악보’를 만들며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의 스승인 ‘박연’이 계속해서 율자보를 그려오라 시키자, 이도는 율자보 제출과 함께…

  • 웃음의 가치를 잊은 모두에게, 연극 ‘웃음의 대학’ 리뷰

    ‘연극열전’이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 <웃음의 대학>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웃음의 대학>은 1996년 초연 이후 러시아,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웃음을 ‘삭제’해야 하는 검열관 역에는 송승환, 서현철이, 웃음을 ‘사수’해야 하는 작가 역에는 주민진, 신주협이 출연한다. 대사 없이 무대 위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환 역은 손원근이 맡는다. 웃기려고 작정한 작가 VS 냉정한 검열관 <웃음의 대학>은 1940년 전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그린다. 검열관은 웃음과 연극 같은 건…